마이크로바이옴과 약물 반응: 내가 먹는 약의 효과가 다른 이유

1. 약물 반응의 개인차, 장내 미생물이 결정할 수 있다

같은 약을 복용해도 어떤 사람은 큰 효과를 보고, 어떤 사람은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뿐 아니라 복용하는 약물도 분해, 변환,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미생물은 약물 성분을 더 빠르게 분해해 체내에 흡수되는 양을 줄이거나, 반대로 비활성화된 약물을 활성형으로 바꾸어 약효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약을 복용하더라도 사람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항암제와 항생제,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Akkermansia muciniphila와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같은 균주는 항암제 반응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반대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거나 특정 유해균이 많으면 치료 반응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광범위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장내 균형이 무너져 다른 약물의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3. 약물 대사와 부작용, 미생물의 숨은 역할

마이크로바이옴은 간 대사 효소와 함께 약물의 체내 분포와 배출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일부 미생물은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독성 물질로 전환해 간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혈압약이나 항우울제처럼 장에서 흡수되는 약물은 미생물의 발효 산물에 의해 흡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가 약물 구조를 변형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대표적인 약물-마이크로바이옴 상호작용 사례

약물	관련 미생물	영향
항암제(면역관문 억제제)	Akkermansia muciniphila	면역반응 활성화, 치료 효과 증가
파클리탁셀(항암제)	Clostridium spp.	약물 독성 감소
디곡신(심부전 치료제)	Eggerthella lenta	약물 불활성화, 효과 저하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Sulfate-reducing bacteria	독성 대사산물 생성, 간 손상 위험 증가
항응고제(와파린)	Bacteroides spp.	약물 대사 속도 변화, 투여량 조정 필요

 

4. 나에게 맞는 약물 효과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법

약물 반응을 최적화하려면,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공식품과 고당분 식품 섭취를 줄이고,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과일·통곡물, 그리고 발효식품을 꾸준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역시 장내 환경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복용 종료 후 반드시 장내 미생물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미래에는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약물 처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도 생활습관을 통해 약물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합니다.